안명기 보건소장 "반쪽 진료 우려...조직 개편 필요"

2025-04-17



"공중보건의 수급 심각...내년, 26명 중 18명 제대" 

"개편 등 생활권 변화에 따른 교통 체계 뒤따라야"

"인구 불균형➡보건 분야 사업비 불균형 만들어"


안명기 보건소장(제35대)은 ‘행복한 군민의 건강한 합천 지키미’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합천군 보건소 조직을 이끌고 있다.

공직생활 35년차, 보건소 근무만 18년째인 그는 보건소장 이력만 64개월에 달한다. 이는 1960년 말 합천군 보건소 보건사업이 시작된 이래 거쳐 간 역대 소장 중 4번째로 긴 기간이다.

 

안 소장은 내년에 있을 공로연수를 끝으로 정년 퇴임이 예정되어 있다. 사실상 공직 실무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안 소장은 여전히 ‘건강형평성 확보’라는 난도 높은 숙제를 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스스로를 한마디로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안 소장은 “항상 부족한 결함투성이“라며 극한 겸손을 표했다. 여전히 공공의료 분야에 대한 ‘갈증'과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합천군 현직 공무원 중 보건 분야 최고 베테랑으로 평가받는 안 소장에게서 군 공중보건 실상과 미래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Q. 공무원으로서 사실상 마지막 해를 맞이한 소감을 묻고 싶다. 거쳐 온 길을 돌이켜 보며 한 말씀 부탁한다.

 


명기 소장 
“결함투성이였던 것 같다. 부족하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공직 이력이 쌓이는 만큼 보이는 건 더 많더라. 특히,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공중보건의 문제와 공공보건의료 지원 관련 불균형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분명, 100은 있는데 그 100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항상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보건소 홈페이지에 인사말로 표현한 '건강수명연장, 건강형평성 확보'는 사실 여러 여건 상 이루기 힘든 것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우리(보건소)의 의지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Q. 공중보건의 수급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현황은 어떤가?

 

안명기 소장
“현재도 부족한데 내년엔 ‘반쪽짜리 진료’가 될 우려가 크다. 현재 읍‧면 보건소와 지소에 26명의 공중보건의(의과, 치과, 한의과)가 복무 중인데 이중에 18명이 내년 상반기 제대가 예정되어 있다. 이중 필수적이라 볼 수 있는 의과 분야만 해도 12명 중 9명이 빠지게 되는데 빈자리가 채워질지는 불투명하다. 심각한 문제다.
공중보건의 복무 기간이 3년이 넘는 관계로 지원자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고 병역 의무가 없는 여의사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수급 부족의 이유로 볼 수 있다. 지자체가 일반 의사를 채용할 수도 있겠지만 지방 재정만으론 인건비를 감당할 수가 없다.
결국, 수급이 안 되면 한 명의 공중보건의가 여러 곳의 보건지소를 시간제로 담당해야 할 수도 있는데 진료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지소에서 마주치던 의사가 갑자기 빠지면 주민들의 심리적 박탈감도 클 것이다.
인구감소로 인한 생활권 통합 문제와 연계해 공공보건의료기관 체계 변화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다. 정치적인 문제와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되지만 인프라 한계를 받아들이고 보건소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합천읍엔 보건소, 16개면에는 보건지소가 운영되고 있다. 15개면에서 면 이름을 딴 보건지소가 운영되는 것과 달리 야로면에 위치한 지소 이름은 북부보건지소다. 

이는 주변 지소 통‧폐합을 시도하다가 주민 반발 등으로 무산된 흔적이다. 

안 소장은 인구감소 문제가 심화될수록 지소 통‧폐합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Q. 공공보건의료기관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경우 우려되는 부분과 사전에 준비되어야 하는 사회적 기능은 무엇일까?

 

안명기 소장
“현실에 맞추다 보면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이 이뤄지게 된다. 공중보건의 수급 문제 등으로 인해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진료를 받고자 하는 주민 욕구와는 반대되는 개편 방향이 잡힐 것이고 결국 1차 진료 기회가 점차 줄어들 것이다.
면 단위 지역사회에선 ‘밥 사먹고 싶어도 사 먹을 곳이 없을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인구소멸에 따른 ‘시장’소멸이 예상되고 있다. 보건 분야도 같은 맥락이다.
의료기관은 물론, 각종 편의 시설이 줄어들면서 고령층 공간 이동 문제가 현재보다 더 심각해질 것인데 보다 넓어지는 생활권을 다니기 위한 대중교통 체계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할 것 같다“

 

 



Q. 합천군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체의 약 46%를 차지하고 있고 평균연령은 59.3세로 전국 평균보다 약 14세가량 높다. 

결국, 보건 행정력도 고령층에 더 할애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인다. 실상은 어떤가?

 

안명기 소장
“초고령화 사회에서 연령대별 보건 예산 불균형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진료, 예방접종, 의약품 지원, 치매 관련 사업 등 보건소 전체 예산의 70~80%가 노년층 건강 증진을 위해 쓰이고 있다.
면 단위에서 진행 중인 노인 체조 강사료만 해도 시장가 절반 이하로 지급할 수밖에 없을 만큼 예산 압박이 큰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유아 혹은 청소년에 대한 사업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노인 한 명에게 500원이 쓰일 때 유아에게 1000원이 쓰여도 합산하면 게임이 안 될 정도다. 결국, 연령대별 인구 불균형이 전체 보건 분야 사업비 불균형을 만들고 있다.
합천군은 의료취약지로 분류되어 있다. 혹자는 건강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약자에 치우치는 의료 보호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100% 만족감을 모두에게 드릴 순 없겠지만 재정 여건 내에서 행정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Q. 끝으로 이상적인 공공보건서비스 방향과 조건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안명기 소장
“군민들은 접근성이 용이하고 언제든 진료를 원할 때 항상 의사가 있는 보건소(지소)를 원할 것이다. 방문간호의 역할도 더 기대할 것이고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피부과 등 전문 의료과도 갖추길 바라실 것이다. 행정도 같은 마음이다. 재정과 인프라가 풍부하다면 행정이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정부도 사정이 있어 왔겠지만 이젠 공중보건의 지자체 수급 문제에 대한 타당한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국가가 정하는 직책에 대한 미래상을 보여줘야 지자체도 합리적인 조직 개편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요와 공급은 다른 문제다. 전문 진료과를 증설하기에 앞서 인구 구성비 문제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해도 필요하다.
현재 영역이 나눠져 있는 공공의료와 사회복지는 조직 통합까진 힘들겠지만 대민 공백이 없도록 ‘통합 돌봄’ 체계를 만들고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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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 기자

nubbin5@ihc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