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혁 부군수 "피폭, 상상할 수 없는 큰 피해...정밀 조사 이뤄져야"

202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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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현 부지사 합천 방문에 "대단히 놀라운 일"  

"정치적 포장 아닌 진정성 느낄 수 있었다"  

"신호탄 보단 첫걸음...합천 피폭 조사 긍정 기대"



히로시마 원폭 80년 만에 일본 지방정부 현직 고위 인사가 합천을 직접 방문해 피폭자와 후손들을 위로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80주기(8월 6일)를 20여일 앞둔 지난 12일, 히로시마현 요코타 미키 부지사는 1171명의 원폭 피해 사망자 위패가 안치된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위령각을 찾아 참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날 요코타 부지사는 80년 간 고통스러운 길을 걸어온 한국인 피폭자들이라며 존엄과 경외의 마음을 담아 다방면에서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합천을 방문한 요코타 미키 히로시마현 부지사를 직접 맞이하고 현장을 동행한 장재혁 합천부군수를 만나 이번 교류의 의미를 되짚어 봤다.

 

 



Q. 히로시마 원폭 투하 사건 80년 만에 일본 지방정부 고위 공무원의 첫 합천군 방문이 이뤄진 배경이 궁금하다.


048c12ae9036a.jpg장재혁 합천부군수


“요코타 미키 히로시마현 부지사의 합천 방문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이번 방문의 1차 목적은 합천군이 아닌 경북도와의 교류 협력 차 방문이었다. 짧은 방한 일정을 쪼개서 경북도청이 있는 안동에서부터 차 편으로 이동해 합천군을 찾은 것이다. 합천군을 잠시 방문하겠다는 의지는 요코타 부지사 측이 한두 달 전에 전달했다. 합천의 피폭 상황을 직접 들으며 일정이 예정보다 길어진 탓에 점심 식사도 거르고 급하게 공항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Q부군수께서 일정 부분 현장 동행하며 부지사 일행을 근접해서 지켜본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를 전해 달라.


장재혁 부군수

“피폭자분들과 후손들에겐 부족할 수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굳이 합천 일정을 잡은 자체만 봐도 의지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선출직 정치인의 정치적 포장이나 보여주기 식 퍼포먼스와 관계없는 현직 고위 공무원의 방문이라는 점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위패 앞에서 90도로 예의를 갖추고 인사를 하는 모습이나 피폭자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일일이 메모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요코타 부지사는 당초 30분 할애된 피폭자 간담회 장소에서 1시간 30분가량을 머물렀다. 일본인이 가진 특유의 문화적 측면도 있겠지만 연신 낮은 자세로 피폭자들을 대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고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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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위령각을 찾아 참배하는 요코타 부지사/ 참배 이어서 원폭 피해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Q. 요코타 부지사의 방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발언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장재혁 부군수

“요코타 부지사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등과의 간담회를 통해 인류가 핵에 의한 피해를 더 이상 받아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했다(UN 채택, 핵무기금지조약인 TPNW에 미국 일본 등은 가입되어 있지 않음-편집자 주). 피폭 80년 만에 합천 내에서 일본 고위직 공무원의 핵에 대한 의지가 전해진 것이다. 이런 메시지가 향후 일본 국가 차원의 핵을 대하는 인식 변화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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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폭피해자협회 측과 간담회를 통해 소통 중인 요코타 부지사(우)와 장재혁 합천부군수(좌)



Q. 일각에선 히로시마현 부지사의 방문으로 합천 출신 피폭자들에 대한 일본 측 조치 속도가 붙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피폭 이후 이렇다 할 유의미한 결과 없이 세월이 흐른 만큼 신중할 필요도 있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장재혁 부군수

“이번 부지사 방문을 두고 합천 피폭자 보상 등과 관련해 신호탄이라고 표현하는 건 다소 과장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첫걸음 정도로는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현 부지사가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향후 합천 피폭자 관련 여러 측면의 조사와 교류에서 좀 더 긍정적 기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본 현직 고위 공무원이 ‘한국 히로시마’라고 불리는 합천을 방문한 건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다. 

1945년 8월, 미국이 히로시마 등지에 원자폭탄을 투하할 당시, 일본의 침탈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일거리를 찾아 히로시마로 넘어갔던 수많은 합천 농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은 미국은 물론 원자 폭탄이 떨어진 일본에 우리가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내무성과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1945년 8월 미국의 두 차례(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피폭자는 70만 명에 달하며 조선인이 7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중 합천 출신 피해자가 무려 5~6만 명이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도 233명의 생존자가 합천에 거주하며 피폭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Q. 내달 6일은 히로시마 피폭 8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 규모 등은 '추산'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장재혁 부군수

“피폭자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큰 피해를 입은 분들이다. 히로시마 피폭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합천군은 원폭 자료관 운영 등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행정 외에도 다양한 관계 기관에서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세월은 계속해서 흐르기에 역사는 정확히 기록되어야 한다. 이번 요코타 부지사의 방문을 계기로 당시 원폭 관련 피해 규모와 사실들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인류가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도록 관계 지방 정부를 시작으로 국가적인 절실한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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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 기자

nubbin5@ihc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