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합천 호텔 사건, 뇌물 수수 혐의 전현직 공무원들 1심 '무죄'

휴대전화 압수 절차 위법 인정, 뇌물 혐의 증거 전면 배제  

재판부 "증거 무효일 뿐, 비위 행위 없단 취지 아냐" 

군, 판결문 확보 즉시 경남도에 징계위 심의 재개 요구  

핵심 증거 날린 경찰 부실 수사 도마… 검찰 항소 전망  

합천 호텔 사건, 뇌물 수수 혐의 전현직 공무원들 1심 '무죄'

[합천저널] 

합천 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 사업과 관련해 시행사 측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공무원들에게 사법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차동경)는 18일 거창지원 제1호 법정에서 선고 공판을 열고 현직 공무원 A 씨와 B 씨, 그리고 C 전 합천부군수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한편,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D 씨(전직 국회의원)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H 씨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합천군을 흔들었던 호텔 관련 비리 의혹 재판은 수사 기관의 부실 수사 논란 속에 1심이 마무리됐다.


이번 무죄 판결은 수사 기관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법을 어겼기 때문에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이른바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기사 하단 설명)'이 엄격하게 적용된 결과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시행사 측으로부터 제공받은 금품과 향응이 호텔 사업 전반의 이권 및 특정 시설 운영권 입찰과 연계된 대가성 '뇌물'인지 여부였다. 검찰은 현직 공무원인 A 씨와 B 씨가 지난 2020년 5월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호텔 시행사 실사주 K 씨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점에 주목했다. 술접대 바로 다음 날이 영상테마파크 내 한옥 숙박시설 '우비정'의 운영권 입찰 마감일이었고, 실제로 K 씨 측이 이를 최종 낙찰받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시행사 측이 호텔 사업 전반의 이권 연계를 염두에 두고 감행한 사전 포석이자 대가성 로비였다고 판단했으나, 재판부는 유죄를 입증할 핵심 증거들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이 사건의 핵심 단서인 K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면서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짚었다. 당초 재산범죄 수사를 위해 확보했던 임의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실질적 피압수자가 체포된 상황에서도 포렌식 참관 기회를 주지 않았고 압수 파일 목록조차 4개월이 지나서야 뒤늦게 전달하는 등 중대한 하자가 확인됐다. 결국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은 휴대전화 정보와 이를 바탕으로 한 관련자들의 진술은 독수독과 원칙(기사 하단 설명)에 따라 모두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잃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피고인들의 행동에 도덕적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재판장은 전부 무죄 판결을 받은 전현직 공무원들을 향해 "이는 위법수집증거의 증거 능력 배제에 따른 결과일 뿐입니다"라며 "피고인들의 행위 자체가 직무상의 비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선고 직후 법원을 빠져나가던 현직 공무원 A 씨는 향후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을 죄가 없다는 결론이 아니라 증거 능력이 유실되어 결론에 이른 사안으로 보며 "사실상 유죄나 다름없는 무죄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공무원들의 뇌물 수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무효 처리되면서,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시행사 실사주 K 씨의 뇌물공여 혐의도 무죄가 선고됐다. 뇌물을 주고받은 이른바 '대향범' 관계에서 수수자의 증거가 인정되지 않자 이를 바탕으로 한 공여자의 혐의도 입증할 수 없게 된 결과다. 다만 현재 배임 범죄로 수감 중인 K 씨는 호텔 사업과 관련된 횡령 등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를 포함해 추가 기소된 재산 범죄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추가됐다. 

K 씨 측 변호인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K 씨가 이 사건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 항소 여부는 피고인 측과 의논해 결정할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 특경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은 H 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그리고 추징금 9억 6250만 원을 선고받았다.


✅ 법정 무죄와 별개인 행정 징계 수순

사법적 형사 처벌은 피했지만 공직 사회 내부의 징계 절차는 다음 단계에 돌입한다. 그동안 1심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보류됐던 징계위 심의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합천군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문 등본을 확보하는 대로 경상남도 인사위원회에 징계의결 요구서를 다시 제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판결문 송달에는 통상 일주일이 걸리며 군의 재개 요구가 접수되면 한 달 이내에 도 인사위원회가 열려 최종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행정적 공직 윤리 평가와 징계 절차는 엄연히 남은 과제이므로 행정 징계 단계에서 경남도와 합천군이 이 사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볼 대목이라고 전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 신분인 현직 공무원 A 씨와 B 씨에게 각각 징역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이와 함께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과 추징금 약 310만 원, B 씨에게 벌금 560만 원과 추징금 280만 원을 선고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의 절차 무시가 빚어낸 무리한 수사로 뇌물 사건 재판의 본질이 흐려지면서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은 사법적 압수 절차의 명확한 기준을 바로잡고 수사 절차의 정당성을 다시 다투기 위해 즉각 항소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수사 기관의 치명적인 절차적 하자가 핵심 혐의 무죄라는 결과로 이어짐에 따라, 향후 경찰의 수사 전문성을 겨냥한 검찰의 책임 추궁과 부실 수사를 둘러싼 양 기관 간의 공방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 수사 기관의 위법한 수사를 방지하고 피의자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 이번 재판에서 경찰이 영장 미제시 및 포렌식 참관 기회 박탈 등으로 획득한 휴대전화 정보가 이 원칙에 따라 증거 능력을 상실했다.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

 '독이 있는 나무는 독이 있는 열매를 맺는다'는 뜻의 법학 용어. 수사 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위법하게 수집한 일차적 증거(독나무)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파생되어 발견된 2차 증거(독열매) 역시 모두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상의 대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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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거창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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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 선임기자

nubbin5@ihc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