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합천초 수학여행 버스 간 추돌...도마 위 오른 '축소' 의혹

 

“끼어든 승용차 영향” vs “사고 원인 아냐”   

학생 수십 명+인솔 교사 탄 2호차…警 "안전거리확보 위반"

과속 여부 영상 판독 中…20km/h 초과 시 12대 중과실 적용

“엉덩이 뜨고 얼굴 부딪혀”…119 신고 패싱 논란

 

 

지난 22일, 서울행 수학여행 길에 오른 합천초등학교 6학년 일부 학생들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병원 신세를 졌다.

98명의 학생과 인솔교사 8명이 반별로 나눠 탑승한 전세 버스 1~4호차 중 선두에 있던 1호차와 뒤따르던 2호차 간의 추돌사고가 발생한 것인데 사고 원인을 둔 학교 측의 축소 의혹과 미흡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탑승자가 초등학생인 대형 버스 사고인데다가 다수의 부상이 확인된 이번 사고에 대해 경찰•소방은 “예민한 사고, 신중한 관리”라는 공통된 입장이지만 학교 측은 경미한 사고라며 수학여행 일정을 강행했다.

 

합천초 측은, 첫 목적지인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를 향하던 버스 행렬이 서울 톨게이트를 지나 자동차 전용도로(제한속도 80km/h)에 진입했고, 버스전용차로인 1차로를 달리던 중 서초 인터체인지에 도달하기 직전인 11시 40분경 선두에 있던 1호차 앞을 무리하게 끼어든 일반 승용차로 인해 1-2호차 간 추돌사고가 났다는 취지의 입장을 학부모들과 경남교육청, 합천교육지원청 등에 알리며 공식화했다.

 

특히, 합천초 교장 발신으로 1-2호차에 탑승한 49명 학생 학부모들에게 사고 발생 약 3시간이 지나서야 전해진 알림 메시지엔 “일반 승용차의 부주의 운전의 영향으로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무 이상이 없고 일부 학생의 가벼운 타박상 정도의 피해“라며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고 발생 약 3시간 뒤 학부모들에게 발송된 합천초 알림톡

 

지만 본지 취재 결과,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의 말은 학교 측의 설명과 상이했다.

서울 서초경찰서 교통조사팀 관계자는 “일반 승용차의 버스 전용차로 진입 위반은 맞지만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볼 순 없다”며 “후미 추돌은 안전거리확보 위반에 의한 사고로 2호차 운전자가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학교 측이 언급한 해당 승용차에 대해선 번호판이 식별되어 특정됐고 전용차로 위반 관련 조사가 곧 이뤄질 것이며, 1호차 블랙박스는 확보, 2호차 블랙박스도 조만간 입수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영상 판독 등으로 2호차의 20km/h 이상 과속이 확인되면 12대 중과실 사고에 해당되어 운전자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승용차의 끼어들기는 교통 법규 위반 사항에 해당될 뿐이며 1호차를 뒤따르던 2호차가 안전거리를 확보했더라면 추돌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로 정리된다.

 

 

 

✅‘뺑소니’ 신고한 버스 기사+끼어든 차 탓한 합천초...경찰 “사고 원인으로 볼 수 없어”

 

이번 사고 최초 신고자는 수학여행 버스 기사다. 승용차가 사고를 유발하고 뺑소니를 쳤다는 게 주 신고 내용이다.

본지가 입수한, 학교 측이 사고 당일 경남교육청과 합천교육지원청에 제출한 사안보고서에도 승용차의 무리한 차선 변경을 추돌사고의 인과관계로 지목할 뿐 2호차 안전거리확보 관련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러한 정황은 버스 운전자의 주장이 학교 측 보고서 내용에 일부 영향을 줬다는 해석으로 연결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인솔 교사들도 같은 지적을 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1~4호차 모든 버스엔 인솔 교사가 탑승하고 있었다. 버스 운전자의 주장이 있었더라도 버스 행렬 속에 탑승해 운전 과정을 지켜본 교사들의 판단은 달랐을 수 있다.

특히 1호차 외의 2~4호차 인솔 교사는 1호차 운행을 방해했다는 승용차의 존재를 볼 수 없는 구조다. 게다가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과 사고 발생 한 시간 뒤 합류한 교통조사관까지 있었던 터라 사고 원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서로 주고받았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합천초의 사안보고서 상에도 사고 경위와 운전자 부주의 등에 대한 경찰 현장 조사가 있었다는 내용이 한 줄 언급되어 있다.

사고 현장에서 안전거리확보 여부를 추궁 받았거나 논했다면 어떤 이유에서 끼어든 승용차만을 사고 원인으로 언급했는지 합천초의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합천교육지원청은 사고 발생 이후 합천초 측과 긴밀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지만 본지 취재 내용을 알리자 처음 듣는 얘기라며 사실 확인을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몰랐던 내용이다. 학교 측으로부터 사안보고서를 다시 받아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학교 측의 입장만 듣고 내용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사고 내용 축소 의혹에 대해선 현재로선 고의성을 단정 짓기 어렵다며 재차 추가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소 10명, 치아•입술•턱 등 안면 고통 호소...119 신고는 없었다!

 

합천초 사안보고서에는 추돌사고로 인해 10명의 학생이 입술 치아 등 얼굴 부위에 상처를 입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드러난 부상만 10명이지만 현지 병원 진료는 6명만이 받았다. 학교 측은 해당 학생 학부모와의 상담, 학생의 상태와 의사 등을 고려해 진료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사고 차량에 탑승했던 학생들은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돌 당시 충격으로 엉덩이가 들리며 앞좌석 뒷부분에 얼굴을 부딪혀 부상을 당했다.

이후 자동차전용도로 갓길에 임시 정차한 사고 차량에 대기하며 대체차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학교 측의 119신고 시도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경찰은 단체 학생 이동 중에 발생한 사고에 신중해야 한단 입장이다.

경기 소방 관계자는 “일반 사고도 중요하지만 특히 학생 단체 버스 사고의 경우 경상이라도 민감하고 예민한 사안으로 신중하게 관리되며 현장 출동 인력과 장비 규모에도 신경을 쓰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처럼 버스 운행 중 운전자 과실로 부상자 발생 시 환자 1명 당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벌점은 최소 5점(경상)이다. 교통법규 상 벌점 40점 이상은 면허 정지, 121점 이상은 면허 취소에 해당되는데 2호차 운전자의 경우 면허 정지 이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피해 학생 조사에 착수한 서초서 관계자는 “2호차 운전자의 경우 안전거리확보 위반 벌점 10점과 현재 파악된 환자 6명에 해당되는 벌점만 합해도 면허 정지 수준”이라며 “부상자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처분 수위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서 측은 사고 하루 뒤인 23일 오후, 1,2호차 탑승 학생 부모들에게 “피해 진술을 위해 병원 진료 기록(진단서)을 가지고 가까운 경찰서 교통조사계를 통해 전달해 달라”며 “면밀히 조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23일 18시 현재, 수학여행 현지에서 병원 진료를 받은 학생의 학부모들에게만 버스공제조합 사고 접수 번호 등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접수 번호 안내를 받지 못한 사고차량 탑승 학생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안내가 없는데 사비를 들여서 진료를 받아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학부모 J 씨는 “아이들은 사고의 고통보다 수학여행 취소가 더 두려워 아프단 말을 안하고 참았을 수도 있다.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더 문제라던데 합천에 도착하면 병원부터 데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합천초 수학여행을 떠났던 98명의 학생들은 24일 오후 늦게 합천에 다시 돌아온다.

 

합천초 수학여행 추돌사고가 합천 사회에 일파만파 퍼지며 교육계에 대한 우려와 함께 다양한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지만 학교 측은 사안보고서 이후 시고 원인 관련한 별다른 공식 입장을 전하지 않고 있다.

 

합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119신고 처리가 안 된 사유도 학교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며 “사고 차량에 탑승했던 49명 학생들 모두 후유증을 감안해 병원 진료가 가능하도록 보험(버스공제조합) 접수 번호 등을 공유할 수 있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사고 차량 내부에서 운전석 쪽을 당겨 찍은 것으로 추정.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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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 선임기자

nubbin@ihcjournal.com